두모악
[파이낸셜뉴스 2009/05/11] 제주에 끌려 끼니와 맞바꾼 필름... 김영갑 유작 사진전

제주에 끌려 끼니와 맞바꾼 필름... 김영갑 유작 사진전

 

제주도를 사랑해 제주도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고 김영갑(1957∼2005)의 유작전 ‘지평선 너머의 꿈展’이 14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갤러리(02-2230-6629)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 중산간 지대(해발 고도 200∼500m)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은 미발표작 40여점으로 꾸며진다.

 

고인은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 지내다 제주도의 바람이 됐다. 1982년부터 제주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벌였고 1985년부터는 아예 제주에 정착,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에도 굴하지 않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찍었다.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도 그는 힘든 몸을 움직이면서 폐교를 개조, 2002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개관했으며 결국 이곳에서 세상을 떠나 두모악 앞마당에 유골이 뿌려졌다.

 

김영갑은 끼니를 때울 돈으로 필름을 사고 들판의 당근과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그러나 그는 가난에 굴하지 않고 보는 자연이 아닌, 몸으로 겪는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했다. 새벽에 오롯이 들판에 서 있는 나무, 시시각각 황홀하게 피어오르는 구름, 원시적 건강함으로 속살을 드러낸 오름, 일순간 지평선을 덮어버리는 안개, 사나운 바람에도 눕지 않고 춤추는 억새 등이 그의 손에 의해 고스란히 남겨졌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제주도의 중산간 지대에서 여러 가지 색이 만들어낸 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짙은 갈색 대지와 노랑 유채꽃, 삼나무의 초록빛, 황토색의 억새 그리고 소복하게 내린 하얀 눈과 흑백의 대조 등 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운 풍경이 드러난다.

 

충무갤러리 큐레이터 오성희는 “김영갑 사진은 정형화된 회화적 구도가 아닌 과감하게 화면 중간을 가로지르는 수평구도를 특징으로 한다”면서 “그의 파노라마 사진은 가로와 세로가 약 3대 1의 비율로 하늘과 땅의 경계에 있는 나무나 오름 등의 주제를 더욱더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노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