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2011/12/29 매거진 깃 3호] 숲, 숨, 섬, 삶

숲, 숨, 섬, 삶

 

섬은 둥글어서 바다를 끼고 난 길은 큰 원을 그리며 다시 처음 시작했던 장소로 돌아와 만난다. 제주도의 1132번 지방국도는 오름과 검은 돌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뚫고 지나가며 무한반복되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 섬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 섬이 가진 독특한 자연풍광 때문일 수도 있고, 외딴 곳에 왔다는 들뜬 기분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섬이 사람들에게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돌아보게 한다면 이 섬은 단순히 이국적인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독자적인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에서 만나는 오름과 완만한 곡선의 들판,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바다는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는 또 다른 원과 만난다. 마치 들숨과 날숨의 반복되는 호흡처럼 섬의 풍경과 시간의 순환은 서로 얽혀들어가며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가 된다. 제주도에서 사진을 시작해 제주도에서 하나의 고유한 사진세계를 이룬 사진가 김영갑은 자신의 바람대로 제주도의 자신이 만든 사진 갤러리 두모악 앞뜰에 묻혔다. 그의 유분이 뿌려진 갤러리 앞뜰에는 그가 심은 나무들이 자라 뜰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 앞뜰은 두사람이 동시에 지나다니기 어렵게 좁은 길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거닐면서 좀 더 자기성찰적이고 명상적인 체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된 그의 육신과 갤러리의 사진으로 남은 영혼은 마치 대구처럼 그가 살았던 삶과 그 삶이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조용히 명상해보길 권하고 있었다.
갤러리를 지키며 그가 머물던 방은 살아생전에 지내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 방을 보고 있으면 그가 앉아있던 그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맞이할 것만 같다. 마치 식물의 죽음이 경계가 미약한 것처럼 육신은 비록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영혼은 이곳에서 머물며 삶을 이어가는 듯 하다. 그의 사진과 말은 지금도 환기되며 그가 봤던 아름다움을 전한다. 매거진 깃은 그가 남긴 사진과 말을 돌아보려 한다.

 

글 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