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순의 문화살롱] 한 남자가 목숨을 바쳐 사랑한 제주의 참모습이 여기 있다.
입구에는 커다란 모자를 쓰고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 합니다‘라는 글씨가 쓰인 붉은 색 양철인형이 제일 먼저 반긴다. 그 옆에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안내가 새겨져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하여 만든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습니다.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 ‘두모악’에는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어있습니다. 불치병으로 더 이상 사진작업을 할 수 없었던 김영갑 선생이 생명과 맞바꾸어 일구신 ‘두모악’에는, 평생 사진만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다간 한 예술가의 숭고한 예술혼과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제주의 비경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제주의 바람과 돌과 자연을 자신의 목숨보다 사랑했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잊혀진 해녀들의 모습과 제주의 중산간 지대와 오름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는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전시실 내 유리창을 통해 작가가 사용하던 카메라와 유품들이 보인다. 그의 제주도 사랑의 증거이며 흔적인 사진들을 모아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준비해두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다가 제주도의 풍광에 매혹되어 1982년 제주에 정착하여 20년을 오로지 제주도의 중산간 들녘을 필름에 담는 일에 전념하였다,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하여 갤러리를 만들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고,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다 했다. 그는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몸을 움직이며 2002년 여름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열었다. 그는 투병생활을 한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그가 사랑했던 제주 ’두모악’에 영원히 잠들었고, 그의 뼈는 갤러리 ‘두모악’ 마당에 뿌려졌다.
미술여행을 하고자 벼르던 유로모임 일행들이 유럽에서 미국, 동남아, 일본을 다 포기하고 제주도로 향한다. 모두들 제주도를 여러 번 찾아 훤히 알고 있으나 그래도 제각기 가보고 싶은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맛 집을 순회하기로 하고 나선 여행이다. 나는 지면으로만 보아왔고 말로만 들어왔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을 성산포 ‘제주 봄’ 박충흠 선생의 추천으로 볼 수 있는 행운에 감격하며 한 동안 갤러리를 떠날 수가 없어 한 바퀴 또 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랑하는 여행지요 휴양지며 볼거리와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와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준(Itami Jun)의 건축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 이기도하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어쩐지 일본에서 본 것 같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는데 성산포의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마주하고는 제주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표현한 세계적인 전시장이 바로 이곳에 있는 것 같아 가슴이 확 트인다.
제주의 참모습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일깨운 고 김영갑 사진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