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재발견 (6) 제주 예술곶 산양·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예술가-주민 열린 광장으로, 사진작가 보물고로
예술곶 산양, 옛 산양초를 예술 창작 공간으로…입주작가 7명 올해 말까지 활동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삼달초 분교 고쳐 전시관 운영…한 해 관람객 10만 명
인구 감소 등으로 경남 도내 폐교가 늘고 있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은 올해를 '미활용 폐교 재산 감축의 해'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내 미활용 폐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발생하는 폐교를 어떻게 잘 활용해나갈지, 경남지역을 포함해 전국 폐교 활용 사례를 8차례에 걸쳐 찾아 나섭니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었던 학교가 그저 허물어지지 않고, 이제는 독서·예술·치유 공간 등 새로운 지역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내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예술 활동이 제주 지역 폐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제주 한경면 '예술곶 산양', 제주 서귀포 성산읍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그러하다. '예술곶 산양'은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고인이 된 김영갑 사직작가의 제자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찾는 이가 많다. 삼달초등학교 분교를 고쳐서 만든 곳이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제주를 주제로 한 사진 작업을 20여 년간 한 고(故) 김영갑(1957∼2005) 사진작가의 작품을 2002년부터 전시하고 있다. 많을 때는 1년에 10만 명, 적을 때는 6만∼7만 명이 다녀간다.
작가가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의 오름, 나무, 풀꽃 등을 주제로 삼았다.
▲ 제주 성산읍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의 전시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제주 중산간을 표현한 미로형 정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폐교 공간을 제주를 한껏 드러낼 수 있는 공간으로 구현해냈다. 운동장이었던 공간이 특히 그러하다. 운동장에는 수국, 감나무, 팽나무 등을 빼곡하게 심었는데, 제주 중산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중산간은 해발 100∼300m 고지대로, 밭 사이 농로가 미로처럼 얽혀있는 모습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박훈일(53)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관장은 "고등학교 시절 김영갑 선생님께서 저희 집에 오셔서 사진 작업을 하시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후에 선생님께 사진을 배웠다. 이 공간을 만들 때도 소통을 했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학교 정원을 중산간처럼 표현하고자 하셨다. 중산간의 미로처럼 얽힌 길이 결국 어디서든 만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 작업에 애정을 많이 쏟으셨다"고 말했다.
갤러리 앞쪽에는 정원을, 뒤쪽에는 돌계단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관사로 이용하던 공간은 무인찻집으로 바뀌었다.
▲ 김영갑 작가의 제자인 박훈일 관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갤러리 전시 공간은 3개로, 1·2전시관, 현관 및 영상실로 돼 있다. 지난 17일 방문 당시에는 2005년 김영갑 작가의 마지막 서울 전시 '내가 본 이어도 1·2·3' 등을 선보이고 있었다.
전시 공간에도 제주 돌, 제주 옛 초가집 기둥 등을 가져다 두고, 제주 오름 사진과 어우러지게 했다. 돌은 전시장의 습기를 가시게 하고, 공간의 울림도 막는 장치라고 했다.
박 관장은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제가 갤러리를 맡게 됐다. 갤러리 마무리 작업을 하고 후원회도 만들고, 2014년에는 법인을 만들었다. 500여 점 이상인 선생님의 작품을 잘 지키고 보존해서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사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묵묵히 담아온 작가 정신을 이제 그의 제자가 이어가고 있다.
우귀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