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2006/08/28 글쓴이:전나무님
두모악
2011-08-17

글쓴이:전나무님 | 날짜:2006-08-28

 

그 사람 김영갑

우도와 마라도,

그리고 두모악을 들려 돌아온 3박 4일 제주 여행

갤러리의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어쭙잖은 시 하나 썼습니다

꼭 다시 가겠습니다

 

- 그 사람 김영갑

 

셔터 소리에

구멍 숭숭 뚫린 돌들이 웃고

나무와 풀들이 포즈를 취하던 때가 있었다

 

느낌의 섬 마라도가

우울증에 말을 잃었다

기다림에 지친 살레덕 포구는

눈도 멀었다

오늘도 삼 백 여든의 오름이 기다리고

중산간 들녘에 구름이 떠돌거나

바람이 우는 건

그 사람 김영갑 때문이다

 

바람이 부르는 노래와

갯바위가 읊는 시를 들어주고,

억새 춤을 안무하거나

하늘 바다가 그리는 그림의 액자를 만들던 남자

고독과 자유를 강의하는 구름에게

삶의 허무라는 학위를 수여하던 친절한 남자가

넘을 수 없는 수평선 저 쪽

이어도의 속살 속으로 떠나버렸다

섬 속에 두모악을 홀로 둔 채

바람코지 파도꽃을 타고,

그렇게 갔다

일찍도 갔다

 

사는 것이 싱거워

자연을 짝사랑 하던 남자

한 오름을 수 만 장 인화했던 자폐의 씨앗이

너무 많아 슬프다

 

두모악 빈 작업실에서

카메라들의 흐느낌을 듣는다

하날 오름 방에선

목소리도 만진다

갤러리 돌무더기 속에서

푸른 눈물을 보았다

구름구름 사진마다

네가 들어 있다

너 뿌려진 감나무 아래선

성성하게 주름진 미소를 보았다

 

짐짓

떠난 게 아니라

오지 않을 뿐이다

너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것들은

섬 어디에나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너를 기억한다

기다린다

본다

 

살아있는 너를 만나지 못했음이

차라리

내겐

다행이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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