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전나무님 | 날짜:2006-08-28
그 사람 김영갑
우도와 마라도,
그리고 두모악을 들려 돌아온 3박 4일 제주 여행
갤러리의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어쭙잖은 시 하나 썼습니다
꼭 다시 가겠습니다
- 그 사람 김영갑
셔터 소리에
구멍 숭숭 뚫린 돌들이 웃고
나무와 풀들이 포즈를 취하던 때가 있었다
느낌의 섬 마라도가
우울증에 말을 잃었다
기다림에 지친 살레덕 포구는
눈도 멀었다
오늘도 삼 백 여든의 오름이 기다리고
중산간 들녘에 구름이 떠돌거나
바람이 우는 건
그 사람 김영갑 때문이다
바람이 부르는 노래와
갯바위가 읊는 시를 들어주고,
억새 춤을 안무하거나
하늘 바다가 그리는 그림의 액자를 만들던 남자
고독과 자유를 강의하는 구름에게
삶의 허무라는 학위를 수여하던 친절한 남자가
넘을 수 없는 수평선 저 쪽
이어도의 속살 속으로 떠나버렸다
섬 속에 두모악을 홀로 둔 채
바람코지 파도꽃을 타고,
그렇게 갔다
참
일찍도 갔다
사는 것이 싱거워
자연을 짝사랑 하던 남자
한 오름을 수 만 장 인화했던 자폐의 씨앗이
너무 많아 슬프다
두모악 빈 작업실에서
카메라들의 흐느낌을 듣는다
하날 오름 방에선
목소리도 만진다
갤러리 돌무더기 속에서
푸른 눈물을 보았다
구름구름 사진마다
네가 들어 있다
너 뿌려진 감나무 아래선
성성하게 주름진 미소를 보았다
짐짓
떠난 게 아니라
오지 않을 뿐이다
너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것들은
섬 어디에나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너를 기억한다
기다린다
본다
살아있는 너를 만나지 못했음이
차라리
내겐
다행이게 슬프다